물소리 같은 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

어느 날 문득,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를 오래 듣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몸이 먼저 반응했다. 도시의 소음과 일정표에 묶여 살아가다 보면, 자연의 소리를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말 새벽, 아무 계획 없이 차를 몰고 근교 호수로 향했다.
해가 막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물안개가 낮게 깔리고, 잔잔한 호수 위로 햇살이 부서졌다. 사람 하나 없는 풍경 속에서 그저 숨을 들이마셨다. 그때 느꼈다. 자연의 리듬은 느림이 아니라 균형이라는 것. 세상은 쉼 없이 움직이지만, 자연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호흡한다.
나는 그 호흡의 속도를 닮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하루의 끝마다 밀린 일, 미뤄둔 약속, 놓친 감정들만 떠올렸다. 일상의 중심이 ‘해야 하는 일’로만 채워져 있을 때, 삶의 결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는 달랐다. 물소리, 바람결,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들이 어쩐지 “지금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창문을 살짝 열고 라디오를 켰다. 그 안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구절이 마음을 붙잡았다. “흐르는 물처럼, 멈추지 않되 서두르지 않게.” 그 말이 오늘의 결론이 되었다. 완벽하게 쉬는 법이 아니라, 흐르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법. 그것이 내가 찾고 싶은 삶의 리듬이었다.
‘스윗워터 라이프’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그와 같다. 단순히 자연을 소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이 알려주는 ‘조화의 방식’을 배우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한적한 숲길에서 걷는 속도, 커피를 천천히 내리는 손끝, 빛이 방 안으로 스며드는 순간까지 — 그 모든 장면에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균형 속의 평온.’
삶은 결국, 내가 머무는 공간과 호흡의 속도로 결정된다. 빠름보다 진정성이 중요하고, 계획보다 순간의 감각이 더 깊게 남는다. 그래서 오늘도 물소리처럼 부드럽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흘러가려 한다.
심은서 작가로서 내가 기록하고 싶은 건, 완벽한 삶이 아니라 균형을 배우는 일상이다. 작은 여유 하나에도 마음의 파도가 잦아드는 순간, 그게 진짜 힐링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 심은서 작가